아이 용돈 장부, '가족 은행'을 만든 이야기
용돈을 그냥 주는 대신, 기록하고 잔액을 보고 그 안에서 쓰게 하고 싶어서 만든 복식부기 용돈 장부.
아이에게 용돈을 주기 시작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돈이 그냥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되면 안 되겠다는 것. 받은 용돈과 심부름값이 얼마나 쌓였는지, 쓰고 싶을 때 지금 얼마가 있는지, 그리고 그 금액 안에서만 쓰는 감각 — 이걸 어릴 때부터 몸으로 익히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종이 용돈 기입장도 써 봤지만 오래가지 않더군요. 그래서 우리 집에 맞는 작은 장부 앱을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은행처럼, 그러나 가족 크기로
구조는 단순합니다. 용돈이나 심부름값처럼 들어오는 돈, 무언가를 사면서 나가는 돈을 그때그때 기록합니다. 아이는 자기 화면에서 지금 잔액을 한눈에 보고, 그 안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기록이 쌓이면 '내가 어디에 썼더라'를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데, 사실 이게 이 앱의 진짜 목적입니다. 잔액보다 습관이요.
재미있는 기능 하나는 남는 돈을 부모에게 맡겨 두는 것입니다. 당장 쓰지 않을 돈을 '가족 은행'에 예치해 두는 개념인데, 아이 입장에서는 은행 놀이 같지만 저금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됩니다. 앱 이름이 가족 은행이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장부는 장난이 아니라서, 복식부기
만들면서 제일 신경 쓴 부분은 의외로 회계 구조였습니다. 기록을 나중에 고치거나 지우는 일은 반드시 생깁니다. 잘못 입력했거나, 취소된 심부름이거나. 단순히 숫자를 더하고 빼는 구조로 만들면 이런 수정이 몇 번 겹치는 순간 잔액이 슬그머니 틀어집니다. 아이가 보는 잔액이 틀리면 이 도구는 신뢰를 잃고 끝이에요. 그래서 실제 회계에서 쓰는 복식부기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기록이 차변과 대변의 쌍으로 남으니, 기록을 고치거나 지워도 장부 전체의 균형은 깨지지 않습니다.
로그인은 가족 계정에 위임했습니다. 아이마다 계정을 새로 파는 대신, 가족 계정 아래에서 아이별로 자기 장부를 갖는 구조입니다. 아이들이 비밀번호를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어서 우리 집에는 이쪽이 맞았습니다.
지금은
완성해서 실제로 가족이 쓰고 있습니다. 다른 가족도 자기 것으로 띄울 수 있게 배포 문서까지 준비해 뒀는데, '어디까지, 어떻게 외부에 열까'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아이 돈 기록이 담기는 도구라서, 공개는 신중하게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