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고2 빛과 물질

에너지띠와 반도체

고체의 에너지띠 구조에 따라 도체·반도체·부도체를 구분하고 p형·n형 반도체의 특성을 이해한다. (12물리03-05)
고체 속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촘촘히 모여 '띠'를 이루고, 전자로 꽉 찬 원자가 띠와 비어 있는 전도띠 사이의 간격(띠 간격) 크기에 따라 도체·반도체·부도체가 갈립니다.
원자가 띠는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버스, 전도띠는 텅 빈 운동장입니다. 만원 버스 안에서는 아무도 움직일 수 없고, 운동장으로 나가야 자유롭게 달릴 수 있습니다. 그 사이를 가로막은 벽의 높이가 띠 간격입니다.

쉽게 말하면

에너지 양자화에서 원자 하나의 전자는 불연속 준위만 갖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체에서는 원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붙어 있고, 이웃한 원자끼리 영향을 주고받으면 하나였던 준위가 미세하게 갈라집니다. 원자 수가 워낙 많으니 갈라진 준위들이 촘촘한 다발을 이루고, 결과적으로 '띠'처럼 보입니다.

전자는 낮은 띠부터 채워 들어갑니다. 전자로 가득 찬 마지막 띠가 원자가 띠, 그 위의 비어 있는 띠가 전도띠, 그 사이의 허용되지 않는 구간이 띠 간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꽉 찬 띠 안의 전자는 전류를 나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옮겨 갈 빈자리가 없으면 전기장을 걸어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류가 흐르려면 전자가 빈 곳이 넉넉한 전도띠로 올라가 있어야 합니다.

이 구조가 물질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도체는 전도띠가 일부만 채워져 있거나 두 띠가 아예 겹쳐 있어, 전자가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부도체는 띠 간격이 너무 커서 전자가 도저히 올라가지 못합니다. 반도체는 그 중간입니다 — 규소나 저마늄처럼 띠 간격이 작으면, 실온의 열이나 빛을 받아 일부 전자가 전도띠로 올라갑니다. 띠 간격보다 큰 에너지의 광자를 쬐어야만 전자가 올라간다는 점은 광전 효과에서 문턱 진동수가 있던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전자가 전도띠로 올라가면 원자가 띠에는 빈자리가 남는데, 이 빈자리를 정공이라고 합니다. 순수한 반도체에서는 전자와 정공이 늘 쌍으로 생기므로 수가 같습니다. 여기에 불순물을 아주 조금 섞어(도핑) 한쪽 운반자만 크게 늘린 것이 형과 형 반도체입니다.

이렇게 나타납니다

  1. 예시 1
    온도를 올리면 반도체의 저항이 줄어든다
    열에너지가 원자가 띠의 전자를 전도띠로 밀어 올리면 전류를 나를 운반자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반도체는 뜨거워질수록 전기가 더 잘 통합니다. 금속은 반대입니다 — 운반자 수는 이미 충분한데 온도가 오르면 원자의 진동이 심해져 전자의 길만 방해하므로 저항이 커집니다. 같은 '온도 상승'이 정반대 결과를 내는 이유가 띠 구조에 있습니다.
  2. 예시 2
    빛을 쬐면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
    띠 간격보다 큰 에너지의 광자가 들어오면 원자가 띠의 전자를 전도띠로 올려 전자-정공 쌍을 만듭니다. 광센서, 광다이오드, 태양전지가 모두 이 원리입니다. 광자 하나의 에너지가 띠 간격보다 작으면 아무리 밝게 쬐어도 소용없습니다 — 광자 수만 늘 뿐 광자 하나의 에너지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3. 예시 3
    도핑 — 불순물을 아주 조금 섞기
    원자가 전자가 4개인 규소 결정에 5족 원소(인, 비소 등)를 극소량 섞으면 결합에 쓰이지 않는 전자가 하나 남습니다. 이 전자는 전도띠 바로 아래에 자리 잡아 아주 작은 에너지로도 전도띠에 올라가므로, 전자가 주 운반자인 형 반도체가 됩니다. 반대로 3족 원소(붕소, 갈륨 등)를 섞으면 결합 하나가 비어 정공이 생기고, 정공이 주 운반자인 형 반도체가 됩니다.

도체·반도체·부도체

구분도체반도체부도체
띠 간격없음 (전도띠가 일부만 채워졌거나 두 띠가 겹침)작음
실온에서 전도띠의 전자매우 많음적지만 있음거의 없음
온도를 올리면 저항커진다 (원자 진동이 방해)작아진다 (운반자가 늘어남)거의 흐르지 않음
구리, 은규소, 저마늄다이아몬드, 유리

자주 하는 오해

형은 (−)로, 형은 (+)로 대전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이렇게 생각하기 쉬움형은 전자가 남아도니 전체가 (−)전하를 띤다
실제로는형도 형도 전체적으로는 전기적으로 중성입니다.
5족 원자는 전자를 하나 더 갖고 있지만 핵의 양성자도 하나 더 많습니다. 원자 하나하나가 중성이니 섞어 넣은 결정도 중성입니다. 는 '전하의 부호'가 아니라 '전류를 나르는 주 운반자가 음전하(전자)인가 양의 성질을 띠는 빈자리(정공)인가'를 가리키는 이름일 뿐입니다. 이 오해를 붙들고 있으면 p-n 접합에서 공핍층이 왜 생기는지가 영영 이해되지 않습니다.
정공을 실제로 존재하는 (+) 알갱이로 생각하기
이렇게 생각하기 쉬움형 반도체 안에는 정공이라는 양전하 입자가 돌아다닌다
실제로는정공은 전자가 빠진 '빈자리'입니다. 옆의 전자가 그 자리를 채우면 빈자리가 반대쪽으로 옮겨 갑니다.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전자입니다. 다만 빈자리가 이동하는 모습이, 양전하 알갱이 하나가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과 계산상 완전히 똑같이 보입니다. 그래서 전자 수십억 개를 일일이 따지는 대신 빈자리 하나를 (+)입자처럼 취급하는 편이 훨씬 간편할 뿐, 새로운 입자를 발견한 것이 아닙니다. 극장 한 줄에서 빈 좌석이 옆으로 옮겨 가는 것과 같습니다.

선수 개념 — 이걸 먼저 알아야 해요

광전 효과고2에너지 양자화고2

이후 개념 — 이 개념을 배우면 이어집니다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고2p-n 접합고2

같은 단원의 개념 — 빛과 물질

광속 불변 원리고2광자 (포톤)고2광전 효과고2길이 수축고2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고2동시성의 상대성고2물질파(드브로이파)고2발광 다이오드 (LED)고2보어 원자 모형고2볼록렌즈와 상고2빛과 물질의 이중성고2빛의 반사와 굴절고2빛의 파동성과 간섭고2상대론적 운동량과 에너지고2시간 팽창고2에너지 양자화고2원자 스펙트럼고2이중 슬릿 간섭고2전반사고2질량-에너지 등가고2콤프턴 산란고2특수 상대성 이론고2흑체 복사고2p-n 접합고2

자주 묻는 질문

Q1도핑을 아주 조금만 하는데 왜 효과가 큰가요?
순수한 반도체는 실온에서 전도띠에 올라간 전자가 극히 적습니다. 원래 운반자가 거의 없으니, 불순물이 만든 적은 수의 운반자만으로도 전기 전도도가 몇 자릿수씩 달라집니다. 텅 빈 방에 사람 몇 명이 들어오면 비율이 크게 바뀌는 것과 같습니다.
Q2반도체와 부도체는 본질적으로 다른 물질인가요?
아닙니다. 띠 간격이 얼마나 큰가의 정도 차이일 뿐입니다. 띠 간격이 아주 큰 물질도 원리적으로는 충분히 큰 에너지를 주면 전자가 전도띠로 올라갑니다. 다만 그 전에 물질이 망가질 뿐입니다.
Q3왜 꽉 찬 띠의 전자는 전류를 못 나르나요?
전류가 흐른다는 것은 전자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움직인다는 뜻인데, 띠가 꽉 차 있으면 옮겨 갈 빈 상태가 없어 전자의 분포를 바꿀 수가 없습니다. 만원 버스에서는 아무리 밀어도 아무도 이동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빈자리 하나(정공)만 생겨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교육과정 2022 개정 · 고2 물리학 · 빛과 물질 수록 기본 (교육과정 단원)

형과 형을 맞붙이면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흘리는 소자가 됩니다. p-n 접합에서 반도체가 실제 부품이 되는 순간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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